병원에서 덜 흔들리는 기준

간 수치를 술 때문으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

honeeybee 2026. 1. 21. 05:00

간 수치를 술 때문으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
간 수치를 술 때문으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

 

건강검진 결과에서 간 수치(AST·ALT)는 자주 이렇게 해석된다. “술 좀 줄이면 되겠네요.” 실제로 음주는 간 수치에 영향을 주지만, 병원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며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은 다르다. 간 수치는 술의 양만을 반영하지 않는다. 수면 부족, 회복 실패, 체중 변화, 약물 사용, 스트레스와 대사 부담까지 함께 드러난다. 특히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 수치가 오르거나, 술을 줄였는데도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생활 전반을 다시 읽어야 한다. 이 글은 간호사의 시선에서, 간 수치를 ‘술 문제’로 단순화했을 때 놓치게 되는 신호들과,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병원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는지를 실제 임상 흐름을 바탕으로 정리한 해석 가이드다.

간 수치가 오르면 가장 먼저 듣는 말

건강검진 상담실에서 간 수치가 조금이라도 올라가 있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술은 얼마나 드세요?”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맞춰 자신의 생활을 설명한다. 술을 자주 마시면 고개를 끄덕이고, 거의 마시지 않으면 고개를 갸웃한다.

간호사로 근무하며 자주 느낀 점은, 이 질문이 너무 앞에 나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음주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간 수치는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생활 부담을 반영한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간 수치 상승은 충분히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간 수치를 술 하나로 설명하려 할 때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 그리고 간 수치가 어떤 의미에서 ‘생활의 경고등’에 가까운지를 차분히 살펴본다.



간 수치가 반응하는 진짜 이유들

AST·ALT는 간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효소다. 즉, 간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간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과부하 상태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 과부하는 술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임상에서 자주 보는 패턴 중 하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간 수치가 경계에 걸린 경우다. 이때 생활을 따라가 보면 공통점이 있다. 수면이 짧고, 회복 없이 하루를 넘기는 날이 많으며, 체중이 서서히 늘어나 있거나 최근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간은 에너지 대사와 해독을 동시에 담당하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겹치면 수치로 반응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요인은 약물과 보충제다. 진통제, 감기약, 다이어트 보조제,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간은 추가적인 해독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간호사 입장에서 간 수치가 오를 때는 술보다 먼저 ‘최근 몇 달간 어떤 것을 꾸준히 복용했는지’를 확인한다.

간 수치는 체중과도 밀접하다. 특히 복부 지방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 술과 무관하게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술만 줄이면 된다”는 조언은 효과가 없다. 생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수치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도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피곤하긴 하지만 설명 가능하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그래서 간 수치는 ‘조금 높은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병동에서 보면,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 뒤 지방간, 대사 문제, 다른 장기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간호사가 알려주는 건강검진 항목 해석 가이드의 기준이 다시 중요해진다. 간 수치는 특정 행동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부담이 모여 나타난 신호라는 점이다. 그래서 해석은 “뭘 줄일까”보다 “무엇이 계속 과부하를 주고 있는가”로 이어져야 한다.

실제로 병원을 덜 찾는 사람들은 간 수치가 올랐을 때 술만 줄이지 않았다. 수면 시간을 늘리고, 체중 변화를 멈추고, 불필요한 약물과 보충제를 정리했다. 이 조정은 비교적 빠르게 수치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술만 문제로 보고 다른 생활 요소를 그대로 둔 경우, 다음 검사에서도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때 사람들은 “술도 줄였는데 왜 안 내려갈까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기록을 보면, 간은 여전히 쉬지 못하고 있었다.



간 수치는 침묵 속에서 보내는 구조 신호다

간 수치는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숫자로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술 문제로만 축소하면, 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다.

간호사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병원에 늦게 오는 사람일수록 간 수치를 단일 원인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병원을 덜 찾는 사람들은 이 수치를 생활 구조를 점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올라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술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달간 간이 쉴 수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간 수치는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존재하는 지표다.

다음 글에서는 간 수치와 함께 자주 등장하지만 해석이 어려운 신장 수치(크레아티닌·GFR)가 무엇을 말해주는지, 간호사 기준으로 이어서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