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에서 떠올린 '이건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조금만 일찍 멈췄다면”이다. 사고나 급성 질환처럼 예측이 어려운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로 중환자실에 입실한 환자들의 상당수는 그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몸의 신호를 보냈다. 다만 그 신호들이 생활 속에서 무시되거나, 미뤄지거나, 약으로 가려졌을 뿐이다. 이 글은 내과·외과·중환자실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며 반복해서 떠올렸던 장면들을 바탕으로,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가장 자주 느끼는 “이건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순간들이 어떤 생활 선택과 연결돼 있었는지를 사실 중심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중환자실의 많은 상황은 ‘갑작스러움’이 아니다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은 늘 긴박해 보인다. 보호자들 역시 “갑자기 이렇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환자의 과거 기록과 생활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그 ‘갑작스러움’ 앞에는 긴 과정이 존재했던 경우가 많다. 혈압이 조금씩 높아졌고, 피로가 누적됐고, 통증이 반복됐고, 잠은 계속 줄어들었다. 이 모든 신호는 개별적으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지만, 함께 쌓이면서 결국 임계점을 넘었다.
간호사로서 중환자실에 서 있을 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환자의 상태 그 자체보다 “이전에 선택할 수 있었던 지점들”이다. 병을 막았을지 아닐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위중한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들이다.
이 글에서는 중환자실에서 반복해서 떠올랐던 그 ‘지점들’을 생활과 판단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후회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중환자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한 ‘놓친 순간들’
첫 번째 순간은 경계 수치를 가볍게 넘겼을 때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은 아니지만 당장 치료 대상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안도하는 경우다. 이 시기는 생활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구간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은 이 시기를 ‘아직 괜찮은 상태’로 해석했다. 중환자실에서는 바로 이 지점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된다.
두 번째는 반복되는 증상을 각각 따로 처리했을 때다. 두통은 두통대로, 소화불량은 소화불량대로, 불면은 불면대로 약으로 관리했다. 증상은 잠시 가라앉았지만,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환자실에 와서야 이 모든 증상이 하나의 흐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 번째는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판단이 생활의 기본값이 되었을 때다. 야근, 교대, 과도한 책임감 속에서 휴식은 늘 마지막 순서로 밀렸다. 이 선택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고, 몸은 회복할 기회를 잃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 문장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네 번째는 병원에 가는 기준이 ‘일상이 불가능해질 때’로 설정돼 있었을 때다. 통증이 있어도 출근이 가능했고, 어지럼이 있어도 버틸 수 있었고, 숨이 차도 쉬면 괜찮았다. 이 기준은 중환자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기준은 가능 여부가 아니라 위험 누적 여부다.
다섯 번째는 몸의 신호를 기록하지 않았을 때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얼마나 반복됐는지, 무엇을 하면 나빠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 정보의 부재는 판단을 늦추고, 결국 대응 시점을 놓치게 만든다. 중환자실에서는 “그때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중환자실에서 배우는 가장 분명한 기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분명히 깨닫게 된 사실은 하나다. 많은 상황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훨씬 덜 위중한 단계에서 멈출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은 생활 속 판단의 타이밍에서 갈렸다.
간호사로서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말은 “그때 조금만 멈췄어도”다. 이 말은 후회의 표현이 아니라, 기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경계 단계에서 생활을 조정하고, 회복이 되지 않으면 멈추는 기준을 세웠다면 중환자실이라는 공간과의 거리는 훨씬 멀어질 수 있다.
내 몸을 병원에 덜 데려가는 습관은 위급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을 때, 아직 버틸 수 있을 때, 그만두는 선택에서 만들어진다. 다음 글에서는 병원에 자주 오는 사람과 거의 오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실제 현장에서 반복해서 관찰한 기준을 중심으로 이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