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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덜 흔들리는 기준

아파도 통증을 참는 습관이 위험한 이유

by honeeybee 2026. 1. 16.

아파도 통증을 참는 습관이 위험한 이유
아파도 통증을 참는 습관이 위험한 이유

 

병원에서 근무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참을 만해서 그냥 넘겼어요”다. 많은 사람들에게 통증은 병이 아니라 불편함이고, 관리 대상이 아니라 인내의 문제로 인식된다. 특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통증은 충분히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내과·외과·중환자실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며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통증을 참는 습관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지연시키고, 그 사이 원인은 더 깊어지며 상태는 복잡해진다. 이 글은 통증이 왜 ‘참는 대상’이 아니라 ‘해석해야 할 신호’인지, 그리고 통증을 무시하는 판단이 어떻게 병원과의 거리를 좁히는지를 임상 현장에서 관찰된 흐름을 바탕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통증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언어다

통증을 잘 참는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를 강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예민한 편은 아니잖아”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통증은 약함의 증거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통증은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통증은 몸이 현재 상태를 전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간호사로 근무하며 느낀 점은, 통증을 잘 참는 사람들이 오히려 병원에 더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통증이 일상을 완전히 멈추게 할 때까지 버틴다. 문제는 그 시점에는 이미 단순한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조차, 실제로는 몸의 감각이 둔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글에서 다루는 통증은 특정 질환을 의심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다. 반복되고, 양상이 변하고, 회복되지 않는 통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이를 무시했을 때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생활과 판단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통증을 참는 습관이 만들어내는 위험한 흐름

첫 번째 위험 신호는 통증이 반복되는데도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분명 불편했고 신경 쓰였던 통증이, 시간이 지나며 “이 정도는 늘 있다”는 감각으로 바뀐다. 이 변화는 회복이 아니라 적응일 가능성이 크다. 임상에서는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통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몸이 경고를 덜 보내는 상태다.

두 번째는 통증의 기준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이다. 예전에는 쉬어야 했던 통증을 이제는 출근하면서도 견딘다. 진통제를 먹고 일상을 유지하는 날이 늘어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통증을 무시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병원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갑자기 심해졌다”고 표현하지만, 기록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부위의 통증이 반복돼 왔던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통증을 국소적인 문제로만 해석하는 습관이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 문제, 머리가 아프면 두통으로만 본다. 그러나 임상에서 보면 통증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보다 피로, 수면 장애, 소화 불편 같은 신호들과 함께 움직인다. 이는 특정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네 번째는 통증을 일정의 변수로 취급하는 판단이다. “오늘만 버티자”, “이번 주만 넘기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 속에서 통증은 뒤로 밀린다. 간호사 입장에서 보면, 이 미뤄진 시간들이 쌓이면서 병원에서는 더 복잡한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통증은 일정에 맞춰 사라지지 않는다.

 

다섯 번째는 통증이 있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안심하는 태도다.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기준은 기능 유지 여부가 아니라 회복 가능성이다. 통증이 있음에도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회복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처럼 통증을 참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통증을 넘긴 경험들이 쌓이면서, 참는 것이 기본값이 된다. 그리고 그 기본값은 결국 병원 방문 시점을 늦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통증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해야 한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증을 무조건 참는 것을 기본값으로 두는 태도는 분명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통증 이후의 변화다. 쉬었을 때 달라지는지, 반복되는지, 강도나 범위가 변하는지. 이 기준으로 통증을 바라봐야 한다.

간호사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하나다. 병원에 늦게 오는 사람일수록 “참을 수 있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병원을 덜 찾는 사람들은 통증에 약해서가 아니라, 통증을 신호로 받아들이고 생활을 조정해 왔을 뿐이다.

내 몸을 병원에 덜 데려가는 습관은 통증을 무시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통증을 기록하고, 반복을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속도를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음 글에서는 잠을 줄이는 생활이 왜 몸에 오래 남는 흔적을 남기는지, 현장에서 가장 자주 확인한 패턴을 중심으로 이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